WeatherNews
특보
강풍주의보 발표
운세
🎴🃏 오늘의 타로/별자리/띠별운세 확인

‘비 냄새’라 쓰고, ‘페트리코’라 읽는다

Update: 2019/04/09
top
우리의 온 감각이 살아나는 비 오는 날.

눈으로 주르륵 내리는 빗방울을 보고.
귀로 토독토독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고.
피부에 촉촉하게 스며드는 빗물을 느끼고.

그리고 킁킁. 우리는 코로도 비 냄새를 맡죠.

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진한 자연의 향. 특정 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렵지만, 풋풋한 풀과 흙을 닮은 이 냄새. 오늘은 전국에 비 소식이 내려진 가운데 이 특유의 ‘비 냄새’가 곳곳에 퍼질 예정이랍니다.

그렇다면, 비가 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 냄새의 정제는 무엇일까요?

‘페트리코’라 불리는 이 냄새의 원인을 알아봐요.

흙의 향기, 페트리코

box0
비 냄새의 정식 명칭은 페트리코.

우리가 흔히 ‘흙냄새’, ‘흙 비린내’로 표현하는 이 냄새는 서양 국가에서는 Earthy Odorant (흙의 향기), 또는 Earth’s perfume로 불린다고 해요. 즉, 부르는 방식은 다르지만 국가를 막론하고 비가 풍기는 냄새는 같다는 것. 그리고 그 중심에는 ‘흙’이 있죠.

1964년, 이 흙냄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두 과학자가 연구에 돌입했습니다. 이자벨 베어 (Isabel Bear)와 리차드 토마스 (Richard Thomas)가 연구 한 결과, 이 냄새의 원인은 ‘지오즈민’.

지오즈민은 식물들이 발산하는 천연 기름으로, 논문에 따르면 발아하는 씨앗이나 성장을 시작하는 어린 식물들이 외부 압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물질이라고 해요. 탄소ㆍ수소ㆍ산소로 만들어진 이 식물성 기름은 흙냄새를 유발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죠.

대부분의 지오즈민은 미생물들이 죽으면서 땅과 바위 속으로 흡수됩니다. 그리고 건조한 날엔 바위 속 크고 작은 틈 ‘공극’ 사이에 묻혀있다가 비가 내리면 흙이 튀어 오르면서 이 속의 지오즈민 분자가 공기 중에 잘게 쪼개어져 흙냄새를 퍼트리게 된답니다. 즉, 비가 오면 이 기름과 비가 섞여 흙냄새를 생성하는 것이죠.

이처럼 비 냄새는 ‘바위’에서 흘러나오는 기름 성분의 ‘액체’와 연관이 있다하여, 바위를 뜻하는 ‘Petro’와 신들의 피를 뜻하는 ‘Ichor’를 따 ‘페트리코’라 이름을 붙였답니다.

비 냄새에 유난히 민감한 이유

box1
우리는 비를 보고, 듣고, 만지기 전 코로 먼저 알아차리는 때가 종종 있어요. 우리 후각이 ‘지오즈민’에 유난히 민감하기 때문이죠.

2011년, 우리는 서울과 인천, 경기도의 일부 지역의 수돗물에도 이 지오즈민을 감지 한 바 있습니다. 고온 현상과 적은 강수량이 지속되면서 북한강 및 팔당호에서 녹조가 발생하고, 이의 부산물인 지오즈민이 생겨 수돗물에 흙냄새가 생기게 된 거죠.

인체가 이처럼 아주 적은 양의 지오지민에도 반응하는 데에는 진화론적 이유가 존재한다고 해요. 어느 과학자는 ‘원시시대부터 비가 온다는 것은 인류의 삶에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이 냄새를 민감하게 맡도록 진화했을 것이다’라고 주장했어요.

사실이던 아니던, ‘비 소식’을 가장 빠르게 맞이하는 우리 ‘코’. 그리고 이 둘의 연결고리인 비 냄새, 페트리코. 우리와 친근한 이 냄새의 원인을 알고 나니 자연과 한층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지 않나요?
기사작성: 웨더뉴스 뉴스편집팀

최근방송보기